내담자: 그 앤 절 벌레처럼 보는 게 확실해요?
상담사: 벌레요?
내담자: 네, 벌레요.
상담사:그 애가 당신 보고 벌레라고 말하던가요?
내담자: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상담사: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벌레처럼 보는지?
내담자: 그냥 눈초리가 그래요. 제가 느꼈거든요.
상담사: 그 애한테 나를 벌레처럼 보냐고 물어보는 건 어때요?
내담자: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다 아는 걸 가슴 아프게 다시 확인해 봐야 뭣하겠어요?
상담사: 아닐 수도 있잖아요. 벌레처럼 보는 게.
내담자: (벌컥 화를 내며) 그 애가 절 벌레처럼 보는 게 맞다니까요!
상담사: 좋아요. 진정해요.
내담자: 그 앤 절 미워해요. 사람들한테 제 욕을 하고 다니거든요.
상담사: 사람들한테 욕하는 걸 들었어요?
내담자: 들은 건 아니에요. 아니, 들은 것도 같아요.
상담사: 정말 들은 거예요? 아닌 거예요?
내담자: 들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그러면 아닐 수도 있겠네요.
내담자: 그 애가요? 그럴 리가 없어요. 며칠 전에 다른 사람하고 오해가 있어서 약간 다퉜는데, 그것도 틀림없이 그 애가 절 나쁜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녀서 그런 거에요. 그래서 절 오해한 거고요.
상담사: 그 애가 당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한테 말했다고요?
내담자: 네.
상담사: 그 사람한테 물어봤어요? 그 애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는지?
내담자: 그걸 어떻게 물어요! 그냥 아는 거지.
상담사: 안다고요?
내담자: 네, 알아요. 분명해요. 그 애는 절 싫어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싫어하라고 나쁜 말을 퍼뜨리고 다닌 거예요. 벌레라고.
상담사: (심호흡을 하더니) 벌레가 나쁜 거예요?
내담자: 당연히 나쁘죠!
상담사: 그럼, 반대로 벌레가 없어지면 좋은 세상인가요?
내담자: 네?
상담사: 반딧불도, 메뚜기도 풀벌레도 그냥 다 없어지면요?
내담자: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상담사: 당신 말대로라면 그 애가 당신을 벌레로 생각한다니까요. 전 어쩌면 당신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내담자: 그 애는 절 반딧불이나 메뚜기나 그런 게 아니라 바퀴벌레 같은 걸로 생각한다고요! 보자마자 죽여버리고 싶은.
상담사: 당신은요?
내담자: 네?
상담사: 당신은 그 애를 벌레라고 생각하나요? 보자마자 죽여버리고 싶은?
내담자: (크게 심호흡하며) 글쎄, 그 정도까지는.
상담사: 전 당신이 절 찾아와서 기뻐요. 이제 제 생각을 말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내담자: (조금은 수그러들어서) 네.
상담사: 그 애가 당신을 벌레로 생각해도 괜찮아요. 그러라지 뭐! 여기에서 중요한 건 당신이에요. 당신이 '그 애가 나를 벌레라고 생각해'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는 거요. 이건 당사자한테 아직 얘기를 듣지 못했으니 아직은, 과학 실험에 비유하자면 가설 같은 거에 불과하죠. 원래 과학자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설을 만들어내곤 하잖아요! 근데 거기에 열내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그러다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실험으로 증명이 되면 그제야 모두가 인정하는 거예요. "음, 그 사람 말이 맞았구나!" 당신은 길을 걷다가, 점심을 먹다가, 하늘을 쳐다보다가도 문득 그런 가설이 떠오른 거예요. 훌륭해요! 하지만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려고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그냥 그건 가설이니까요! 그런데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바로, 그 애한테 가서,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세요. "넌 나를 벌레로 생각하니?" 아주 간단하죠! (잠시 반응을 살피며) 다음에는 그 애가 뭐라고 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내담자: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하면 뭐라고 하죠? 선생님.
상담사: (진지하게) 음, 저한테 방금 하셨던 것처럼 화를 내세요.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담자: 아니면요?
상담사: 저라면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넘길 것 같아요.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내담자: (잠시 생각하더니) 네, 알겠어요.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상담사: 아니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질문. 그는 그 애한테 가서 "너는 나를 벌레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어봤을까? 이러한 상담 방식이 의학적으로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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