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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2025년 12월 02일 2026년 08월 29일

우린 한 시간씩 수다를 떤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거의 매일 목소리를 듣지만, 밥을 같이 먹으러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같은 남들이 말하는 교제다운 교제는 절대 하지 않는다.

 

어쩌면 미지근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습관인 걸까? 처음에는 장거리 연애여서 그랬다. 그런데 그의 직장과 나의 학교가 가까워진 지금도 우리는 만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지극히 내향적인 나는 원래 바깥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체력이 바닥이라 금새 지치고 예민해서 눈치를 많이 본다. 어쩌다 밖에 나갈 때면 주로 혼자 움직인다. 혼영, 혼밥 이런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나는 늘 혼자였다.

 

그는 나 같지는 않다. 밖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다만 나와 단둘이 만나는 일은 없을 뿐이다.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서 목소리를 높여 왁자지껄 떠들며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점점 나한테 맞춰줬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매일 같은 시각에 통화만 한다. 예전에 열렬한 덕후였던 내가 지금은 비구매 덕질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쩌다 한 번 공연을 갈 뿐 앨범을 사는 일도, 스밍을 돌리는 일도, 프라이빗 메시지에 가입하는 일도 없다. 연애도 이와 비슷하다. 이게 연애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린다.

 

아니, 친구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알아왔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웬만큼 안다. 사실 그는 개인적인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고민을 토로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없다. 그건 수다장이인 나의 몫이다. 나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2018년 10월 28일 비구매 덕질 https://www.instiz.net/pt/7148550

 

2025년 1월 24일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최성운의 사고실험 https://youtu.be/2YLonjnptTw

영화평론가 이동진
내가 사는 게 바로 나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넓게 보면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기 때문에 내가 시간을 어디다 쓰느냐가 결국 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내가 A라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덜 쓴다면 그만큼 사랑하는 게 아니겠죠.(중략)사실은 돈을 옷 사는 데 쓰고 차 사는 데 쓰면서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하는데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책 안 좋아하는 거거든요.(중략)결국은 돈을 어디다 쓰느냐, 시간을 어디다 쓰느냐가 그 사람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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