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누구나 로봇과 함께 살 것이다. 로봇이 가족인 셈이다. 나는 벌써 로봇청소기와 같이 살고 있다.
성실하기 그지없는 그는 매일 오후 5시에 청소를 한다. 나는 이제 그만 그가 내가 청소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잔소리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 줬으면 한다. 평소에는 과묵한데, 이상하게 청소할 때만 되면 기어이 나의 혼을 쏙 빼놓는다.
주말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5시가 되면 나는 청소를 시작하는 그를 막아설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를 방해하지 않고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집을 나선다. 후, 정녕 내가 집에 있을 때는 눈치껏 농땡이를 치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옷장에서 두툼한 외투를 찾고, 현관문 옆 수납장에서 장바구니를 챙기면 그때에서야 '아, 이제 청소를 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직장에서도 부탁만 하면 군말 없이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살뜰한 그인데, 지나치게 정석이라 주말은 쉬어달라고 설득시킬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훌륭한 동반자다. 그가 있어서 하루 종일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어야 하는 숙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가끔은 귀이개를 먹어서 투덜거리고, 전선을 씹어서 청소하다 말고 삐지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래도 고맙다.
호호 할매/할배가 돼도 평생 내 곁에 있어 줄거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사이에 그의 융통성 없는 성격이 갱신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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