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한테 뭘 사주는 건 기분이 좋다. 밥을 사주면 맛있게 먹어서, 선물을 하면 놀라워 하니까 좋다. 같이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평소에 그 사람이 내 돈 주고는 안 먹어봤을 것 같은 새로운 음식이나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하는 좀 비싼 집을 탐색한다. 그런데 살면서 밥을 사주기 싫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모두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1.생일 잔치의 주인공이라서?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친한 친구 둘을 불러서 같이 놀았는데, 내가 영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식사하러 갔는데, 밥값을 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내가 영화를 보여줬으니까 그 친구들이 밥을 살 줄 알았다. 평소에도 내가 돈을 더 많이 내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내 기분이 나빠졌고, 그게 티가 났나 보다. 친구는 밥을 사주면서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들이 생일 선물을 해준 것도 아니었고, 나는 밥까지 다 사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완전히 호구 된 기분이었다.
2.나이 든 동기라서?
대학원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나이 편차가 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더 많은 돈을 더 많이 버는 손윗사람이 밥을 사주는 문화가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다른 동기의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었는데도 모두 불러서는 밥을 사주지 않았다. 사실 내 형편에 그렇게 큰돈을 내기는 힘들었던 점도 있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밥을 사줘야 한다는 그게 싫었다. 그러나 공짜로 얻어 먹고 밥을 사주지 않은 동기한테는 지금도 미안하다.
3.인생 선배라서?
한 대학생이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만나자고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고 했는데, 하필 그날 상태가 안 좋았다. 그 즈음 남한테 선의를 베풀었는데 이용당하는 일이 벌어져서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평소라면 친절하게 내가 아는 모든 걸 나눠줬을 텐데, 그 날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은 밥값을 낼 때 찾아왔다. 그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밥값을 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밥을 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밥을 사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다르다. 그래서 말했다.
"학생이라 돈이 많지 않다는 건 아는데, 다른 사람한테 무언가 부탁을 하면서 당연히 사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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