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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원래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필모 깨기를 하는데, 출연 장면이 많은 주연작 위주로 보고, 그것도 재미가 없으면 도중 하차한다. 그런데 송건희 배우는 작품 수가 워낙 적은 데다가 주연작은 단 한 편이고, 나머지도 조연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많다. 그래서 처음으로 웹 드라마를 보게 됐다. 그런데 그동안 웹 드라마는 서사가 얕고 연기를 못 한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플랫, 하찮아도 괜찮아 모두 꽤 괜찮았다.

 

그중에서도 파일럿으로 공개됐던 18분짜리 헬로 스트레인저라는 드라마가 흥미로웠다. 여자는 외로움을 느끼는 결혼중개사다.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사람들을 상담한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 그녀처럼 한 남자와 계속 대화를 한다. 듣기 좋은 목소리에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여자를 챙겨서 느끼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느 날 그는 병원에 가보라는 말하고, 여자는 안마사를 찾아간다. 그날 담당은 남자 안마사였다.

 

2017. 12. 21 플레이리스트 제작 https://youtu.be/gZyyng3jTTk?feature=shared&t=850

 

그는 목소리만 들리기 때문에 내가 좀 풀어줄까요? 라는 말만 한다. 그런데 안마사는 한 공간에서 여자와 함께 있다.   안마사: 실례하겠습니다.
목소리: 내가 좀 풀어줄까요?
여자: 해줄래요?
     
그는 시간을 들여 학습한 후에 여자를 파악한다. 그런데 얼핏 본 안마사는 바로 여자가 사무직이라는 걸 알아맞힌다.     안마사: 준비되셨나요? 사무직이신가봐요.
여자: 네?
안마사: 아, 사무직이신가해서요.
여자: 아, 네, 뭐 그렇죠. 여기 오는 사람 대부분 사무직 분들 아닐까요?
안마사: (웃음) 맞아요. 시작할께요. 
     
어깨가 넓은 스웨터를 내리고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것부터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핏줄이 선명한 안마사의 손과 다소 긴장한 듯한  여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안마사는 어깨와 목덜미 뒤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주무른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도 어쩐지 내 어깨를 누군가 주물러 주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안마사: (어깨를 가리는 옷을 내리며) 옷 내릴께요.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천천히 손으로 맨 어깨를 주무른다.)
     
여자는 안마사가 안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목소리가 선을 넘을 듯 말 듯할 때는 별말이 없었던 그는 대뜸 직업적으로 안마하는 안마사한테는 발끈한다.   여자: (불편한 표정이더니) 저기요!
안마사: 네?
여자: 이러시는 거 많이 불편하네요.
안마사: 아, 좀 많이 불편하셨죠? 잠시만요.(옷을 정리한다)
여자: (뿌리치며) 아니, 그게 아니라.
     
안마사는 여자의 태도에 짐짓 놀랐지만, 곧 차분한 어조로 어깨를 돌려보라고 말한다. 여자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안마사의 말대로 한다. 그런데 정말 어깨가 안 아픈 것이다. 지금까지 얼굴을 제대로 비추지 않았던 안마사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비춘다. 여자는 그제서야 그를 한 사람으로 인식한 것이다. 오늘 처음 일로써 만났지만, 안마사는 여자를 위로한다.   안마사: 어깨 한 번 돌려보실래요?
여자: (어깨를 돌려 보더니) 어? 시원하다.
안마사: 여기 목에 가벼운 목디스크가 있었어요.
여자: 목 디스크요? 나 어깨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안마사: (얼굴을 처음으로 비춘다.) 목에 있는 추간판이 어깨쪽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 아
안마사: 진짜 많이 아프셨겠어요.
     
목소리는 그의 마음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한다. 그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그런데 현실의 안마사는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어디가 불편한지 촉감으로 알아차렸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계속 말하지만, 촉감을 느낄 수는 없다. 촉이 좋다고 말한 목소리가 같은 소리를 하는 남자. 여자는 인제야 친근감을 느끼며 경계심을 놓는다.   여자: 어떻게 아세요? 보이지도 않는 곳을?
안마사: 음, 환자분 몸이 얘기하잖아요. 어디가 가장 아픈지. 제 손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여자: 그게 들려요?
안마사: (고객를 끄덕이며) 촉감으로! 제가 촉이 좀 좋거든요. (웃음)
     

이 부분은 어디가 안마실이고 어디가 집인지, 누가 안마사이고 목소리인지 불분명하다. 여자가 목소리에 안마사의 체온을 덧씌운 걸까? 안마사의 이미지에 목소리를 입힌 걸까? 그가 알고 싶다고 말한 대상은 목소리일까? 아니면 안마사일까? 여자들은 남자의 저음에 약하다. 이성을 볼 때 남자가 시각에 지배된다면 여자는 청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음성만으로는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현실 속의 남자가 채워준다. 이제 여자는 결혼 중개 업종에 일하면서 실망한 남자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품게 됐을까?

 

질문.온라인 만남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 않을까?

 

안마사: 자, 긴장 푸시고 이제 천천히 다시 한 번 누워보시겠어요?
여자: (순순히 누우며) 네.
목소리: 긴장하지 말고 괜찮으니까 누워봐요. 천천히. 
목소리: (집에 누워 있는데) 목선을 따라 깊이 쓸어올린다 생각하고
안마사: 경추선을 따라서 깊숙이 쓸어 올리겠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할거에요.
목소리: 부드럽고 따뜻할거에요.
여자: 사실, 나요. 나, 당신이 궁금해요.

 


배우 송건희(Song Geo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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