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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제가 일본 사람이었다면 금년도 가장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일프듀였을 거에요. 한국에서도 프로듀스101이 여러 가지 문화 현상을 낳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이 바람직한지와는 별개로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에요. 그리고 이번에 느낀 건 그냥 보는 것과 직접 참여하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거에요. 진짜 데뷔시키고 싶은 멤버가 있으니까 모든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내가 할 일이 있을지 찾게 나서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이 시국에 프듀의 열기를 직접 느끼고 싶어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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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와 최종회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10대와 20대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어요. 마지막에는 전국 생방송이어서 순위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는데, 투표 마감 시간이 빨라서인지 많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처음 프듀가 언론에 떴을 때 왜 인기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잠깐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국민 프로듀서님'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왜 인기있는지 바로 알겠더라구요. 단순히 참여한다는 넘어서 아이돌을 양육하는 일종의 TV판 다마고치라고나 할까. 그리고 SNS는 그런 느낌을 더욱 강화시켜요. 방송 직전에는 선행 영상을 공개하고, 직후에는 개인별 경연 영상과 하이라이트 그리고 하루이틀 지나면 미공개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는데, 이때부터 스밍이 시작돼죠. 게다가 매회마다 순위를 발표하니까 좋아하는 연습생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게 돼요. 동시에 유료 과금을 통해 1위가 되면 옥외광고판을 설치해준다며 경쟁 심리를 부추겨요. 국민 프로듀서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오프라인에서는 전단지를 돌리고, 온라인에서는 홍보 활동을 하죠. 이런 간절한 마음이 바로 프듀 정병의 원인이에요. 일프듀의 경우에는 연습생들이 대부분 일반인이어서 이번에 데뷔하지 못하면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겹쳐서.


여러 채널과 다양한 관계자들이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광경이 멋졌어요. 겉으로는 소년의 꿈을 이뤄준다는 건데, 안에서는 큰 돈과 각종 설화가 오가죠. 보통 선거 시즌이 되면 업계가 깜짝 특수를 누린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도 TV에서 방송됐으면 더욱 여파가 크지 않았을지. 아무리 조작 논란이 있어서 방송사에서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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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일프듀만의 재미있는 현상은 일빠와 혐한의 합작 공세가 성공했다는 거에요. 제작진에서 얼마나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G-egg든 일프듀 여자판이든 이런 한일 간의 특수한 관계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겠죠. 사실은 이걸 단순히 악플로 봐야 할지 혐한으로 봐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특정 출신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조직적인 안티 활동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저는 혐한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혐한을 주도한 건 일본 커뮤니티지만 한국 커뮤니티의 일부가 거기에 동조하면서 판이 더 커졌다는 점도 눈에 띄어요. 이걸 더 세세하게 연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저는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서.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프로그램의 특성 상 경연 기간 내내 개인 팬덤 간에 반목과 질시가 상당했기 때문에 경연이 모두 끝난 후에 뒷풀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국민 프로듀서만의 파티라고나 할까. 하루 이틀 정도 체육관을 대관해서 순위와 상관 없이 응원하는 연습생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나 컵홀더 등을 출력하고, 자기가 디자인한 것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러면서 팬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 그 동안 다 같이 마음 고생을 했는데, 단지 좋아하는 연습생이 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팬덤이 쪼개지는 게 아깝기도 하고요. 모두들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이젠 하나의 팬덤으로 데뷔한 친구들을 응원하고, 탈락한 친구들을 위로하면서 따뜻하게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함께 데뷔한 다른 아이들도 가슴 속에 품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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