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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2022년 05월 04일 2023년 07월 10일

뒤늦게 킹메이커를 봤다. 크루엘라에 이어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박정희 시대를 다룬 영화는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 권위에 대한 복종과 자유를 억압받는 사람들. 솔직히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요즘 노인을 보면 힘겨운 시대를 관통하면서 세뇌된 게 아닐까 적잖이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 계산된 때깔 좋은 화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도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그저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을 뿐이라고. 우리는 참 남의 삶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김대중은 당내 비주류였고, 수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었다. 엄창록의 간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아마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둘이 헤어지고 나서 김대중이 선거판에 엄창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김대중은 엄창록의 마음을 사고 싶었을 것이고, 엄창록은 김대중의 마음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정공법과 책략 혹은 원칙과 수완?
소위 책사인 엄창록은 엄혹한 시대에 이북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았기에 불공정한 선거판에서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서 이길지에만 집중한다. 요즘 말로 잔머리를 쓴다. 최근 드라마 왓쳐를 봤는데, 배우 한석규가 연기한 경찰 감찰반의 도치광과도 비슷한 인물이다. 그들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선한 쪽도 악한 쪽도 아니다. 왜냐하면 선한 쪽에 선 것 같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도치광은 증거 조작을, 엄창록은 지역 감정과 같은 더러운 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열린 결말과 달리 적어도 현실에서는 우리 모두가 그 결과를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대적 상황을 잘 아는 한국인이라는 게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사람을 믿는다는 것
어차피 대중은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여전히 부동산이 아니라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하는 선거판이 답답하지만, 이 순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무력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영화 속의 엄창록은 대중을 우매하게 보고, 이후 수십 년간 빨갱이 프레임에 더해 호남 차별에 시달렸던 김대중은 어떤 순간에도 국민을 믿는다. 과거에는 그 점이 답답했지만, 지금은 이것 때문에 김대중을 존경한다. 오늘의 자유와 행복은 암울한 현실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면서 묵묵히 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한 무명의 사람들이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상상도 해본다. 영화 속의 상황을 요즘과 같은 치열한 마케팅 전쟁판으로 가져와 보자. 상대가 약을 파는데, 나는 무슨 패를 내놓을 것인가? 나의 진심은 과연 언제쯤 알아줄 것인가? 그때까지 직원을 지킬 수 있을까? 회사는 버틸 수 있는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사악한 프레임 설계자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꾸미는 사람이다. 신상품을 집으로 들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반복해서 사용하게끔 연출한다. 엄창록은 나중에 반대편과 손을 잡고 손해를 회피하는 인간 심리를 이용해 김대중은 호남만을 위할 거라는 영남 홀대론을 들고와서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그 유산으로 오늘도 게시판 어디에선가는 홍어 불판이 벌어진다. 현실에서 엄창록은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선생님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지 못했고, 우리 국민은 피땀 흘린 6월 혁명의 선물로 노태우 당선과 3당 합당 그리고 IMF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이후에야 김대중과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 내가 짠 프레임이 얼마나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는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2022/1/26 변성현 | 킹메이커 https://youtu.be/sGVFJSYQ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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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봐야 할 영화, 크루엘라 Cruella http://www.heethink.com/rc/40622

2022/1/5 당신이 혹하는 사이 3 | 김대중과 박정희는 '이 사람' 없이는 당선될 수 없었다? 킹메이커 엄창록을 둘러싼 미스터리 https://youtu.be/ElDxw9nFS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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