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봐.
훤한 대낮은 아니래도 출근길이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어제 마신 술이 아직 안 깬건가?
이 시각에 어딜 가려는지 몸집이 작은 그녀는 검은색 기타 가방을 매고 있었다. 사실 오늘은 빨간 날이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이 텅텅 비었는데, 나는 출근한다. 수많은 다른 날과 똑같이 그게 좀 못마땅해서 어젯 저녁에 좀 마셨다. 그런데, 그가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윗머리는 풍성하고, 중간은 쑥 들어갔다가 밑단은 다시 한껏 부풀어져서 아무렇게나 물결치는 짧은 머리카락.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파도처럼 어깨를 쓸었다.
고백할까?
첫눈에 반하면 시간이 머춘다던데, 정말 그렇구나! 방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본 세계를 경험했다. 움직이는 것들이 사라지고,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변이 온통 뿌얘지면서 오로지 그만 보였다.
어떡하지?
미치도록 고백하고 싶다.
고백했을까?
고백을 받아줬을까?
아니면, 그냥 영겁의 시간으로 박제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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