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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2025년 09월 19일 2025년 09월 19일

그건 프로그램 오류였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은 임신과 출산조차 귀찮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과정을 담당할 로봇을 개발했다. 그것은 인간처럼 생길 필요조차 없었다. 난자와 정자를 보관한 은행에서 고르고 수정시켜 줄지어 늘어선 인공 자궁 안에서 기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만 오류가 발생했다.

 

언젠가부터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태어난 아이는 어떤 조건에 다다르면 발화됐다. 그런데 그 조건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급기야 언제 발화될지 몰라 두려운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미디어를 차단하고, 심지어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고 애지중지했다. 그런데도 그 애들 중에서 발화되는 아이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다시 임신하기 시작했다. 이미 수술해서 자궁을 잃은 사람은 이런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런데 자궁을 떼지 않아도 임신 기능을 확실하게 억제하는 피임약을 오래 먹어서 착상되지 않고 자꾸 미끄러져서 어려움을 겪었다. 난자 옆에서 정자가 애무만 하다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사람들은 미끄러졌다고 표현했다.

 

소녀: 난 발화되고 싶지 않아.

소년: 걱정하지마.

소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소중한 내 친구가 눈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들썩이는 소녀를 소년이 슬픈 눈으로 내려다 본다. 서 있는 소년은 책상 앞에서 우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다. 손이 어깨와 함께 들썩였다.

 

그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어제 교실에서 한 소녀가 발화됐다. 그냥 다른 날과 똑같은 쉬는 시간이었고, 다들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조건을 만족시켰는지 갑자기 한 소녀가 불길에 휩싸였다. 그의 절친한 친구는 막 교실 뒷문을 들어서는 참이었다. 두 소녀는 순간 마주 보았고,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소녀는 손에 든 음료수를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희안하게도 인체가 발화할 때 생기는 불꽃은 다른 사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즉, 전혀 타지 않았다. 다만 인체만 완전히 새까만 재가 될 때까지 아주 느리게 태워 작고 초라한 검은 동상을 만들어냈다. 소녀가 이번에는 몸을 던지려는 순간 소년이 뒤에서 나타나 소녀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소녀의 눈을 가렸다. 소년은 중얼거렸다.

 

소년: 넌 보지마. 내가 안고 갈께.

 

소년의 눈에서, 그리고 소년의 손에 가려진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발화는 신기한 현상이었다. 분명히 불이 났는데, 만져도 뜨겁지 않고, 냄새도 없었다. 오직 조건에 딱 맞는 한 사람만 태운다. 이런 사건이 자꾸만 반복되자 어느새 사람들은 발화를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한 존재가 사라지는 걸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다들 고개를 숙이거나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눈길을 돌렸다. 마치 발화된 사람이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장면 영원한 친구
장면 발화
장면 영혼 착상
장면 레드팀 인공지능편
장면 목줄
장면 노래의 탄생
장면 교차 커뮤니티
장면 스포츠 신문
장면 나는야 보험상품
장면 네편 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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