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하며) 어서 준비하시죠?
(어리둥절하며) 네?
(언성이 높아진다.) 다음 생을 준비하시라고요. 시간이 없어요!
전 방금 죽었는데요. 무슨......
답을 못 내고 죽었잖아요. 그러니까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죠!
답을 못 내다뇨? 전 더 그냥 살고 싶지 않아서.
이봐요. 당신이 여기에서 벗어나면 자꾸 까먹어서 그러는 건데. 당신이 태어난 이유와 인생을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답을 내지 못하면 계속 다시 태어나는 거라구요.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지난 번이요. 전 아무 것도 몰라요. 기억나는 것도 없다구요!
당신이 알든 모르든 난 알바 아니고. 어서 다음 생이나 준비해요. 금방 나가야 된다니까!
전 다 끝내고 싶어서 자살했어요. 죽었는데 왜 다시 시작해요?
당신이 그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여기에서는 결코 그걸 찾을 수가 없어. 오로지 살면서 죽을 때까지 답을 찾아내야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는 거라고!
(애원하며) 절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전 낳음당하고 싶지 않아요.
정신차려! 당신한테는 그걸 선택할 권리가 없어. 당신이 위대한 숨결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운명은 결정돼 있는 거야. 오로지 이승에서 답을 찾아야만 생의 무한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러니까 어어, 당신 차례야.
(손사레를 치며) 전 아니에요. 전...
(힘껏 민다.)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 으아아앙
2006년 10월 17일 ‘죽음=끝’이라는 생각이 자살-살인 낳는다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3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