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영화 연출가는 잘 생기고 키가 컸다. 촬영 스튜디오에 오늘 인터뷰할 두 사람이 약간의 사차를 두고 들어왔다. 인사를 나누고 환한 조명이 켜진 백지 배경 앞에 의자 두 개에 나란히 앉는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키 작은 남자편
남자: 안녕하세요. 제가 키가 좀 작죠? 키높이 깔창을 신어도 타고난 키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남들은 사지 연장술까지 한다는데, 그거 하면 몇 년동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군대도 생각해야 되고 운동할 때도 문제될 수 있고 무섭잖아요. 뭐, 돈도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야죠. 키 작아도 높은 데 물건은 의자 위에 올라가서 꺼내면 되고, 버스 손잡이 잡으려면 팔이 좀 저리지만 그럼 좀 어때요. 아예 일상 생활이 곤란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자 친구가 저보고 멋있데요. 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키만 작지 다른 건 다 알차다구요. 성실하고, 착하고, 자기 사랑해준다고. 저도 만족해요. 다른 사람이 뭐라든 저랑 같이 살 사람이 제가 좋다는 게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못생긴 여자편
여자: 안녕하세요. 제가 좀 얼굴이 못생겼죠? 원래 박색이라는 말 많이 들어요. 어렸을 때 별명이 박씨 부인이었어요. 하필이면 박씨라서. 그래도 뭐.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고 어쩌겠어요. 이 얼굴로 살아야지. 화장하면 좀 낫긴 한테, 본판 불변의 법칙은 맞더라고요. 성형수술 수술도 생각해봤지만, 제가 병원을 무서워해요. 얼굴에 칼 대는 건 좀. 하늘이 주신 걸 감사하고 그냥 살려고요. 그래도 이이가 저를 이뻐해줘서 고마워요. 빈 말인 걸 알지만, 세상에서 제가 제일 예쁘데요. 그러면 됐잖아요. 저랑 같이 살 사람이 절 좋게 봐주는데, 그걸로 충분하죠. 그래서 행복해요.
무모한 결혼편
두 사람: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 네, 저희 둘 다 흙수저에요.
남자: 저는 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거의 고아나 다름 없어요. 할머니가 키워주셨죠. 시골에서 학원 같은 게 제대로 있을리도 없고, 애들 교육에 대해 뭘 아시겠어요. 그냥 학교만 보내주셨어요. 그래도 감사해요. 저를 거둬서 다 클 때까지 뒷바라지 해주셨잖아요. 지금은 치매끼가 있어서 제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돌아가실 때까지 잘 돌봐야요. 다만 여자 친구한테도 미안해요.
여자: 저는 괜찮아요. 저도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저는 다행히 두 분 다 살아계시는데, 아직도 월세 사세요. 아버지는 노동일 하시다가 허리를 다치셔서 일을 못하시고, 병원에 다니세요. 그래도 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있어셔서 식당 허드렛일을 돕고 약간씩 돈을 버세요. 당연히 노후 준비가 안 돼서 제가 도와드려야 해요. 남자 친구한테 미안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