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여는데,)
아, 진짜 미치겠네. 왜 자연스러운 피 효과가 안나오는 거지?
미친 놈. 아직도 피 타령이야?
피가 흐르면 왜 선명한 선홍색에다가 약간 끈적거리는 듯한 그런 느낌 있잖아. 아씨, 녹말풀을 걸죽하게 만들어서 물감을 풀어봤는데도 안돼고, 다음엔 떡볶기 국물을 섞어봐? (머리를 긁적이며)아, 그 느낌이 안 살아.
(갑자기 속이 메슥거린다) 전문가한테 물어봐. 요즘 영화 카페 같은 데는 그런 것도 공유 안 하냐?
내가 전에 말했잖아. 남들이 만들어놓은 거 따라 하는 건 내 취향 아니라고. 내가 기가 막히게 만들어서 왜 작곡 작사 연주 노래까지 하는 그런 올라운더있잖아, 영화계에서 그런 식으로 활동하려고. 근데 이게 왜 이렇게 안되지?
(참으려다가) 야, 니가 피를 사랑하는 것까진 좋은데, 집에 오면 나도 좀 쉬어야 할 것 아냐? 지금 피 타령한 지가 며칠째냐고? 집안 꼴을 봐라. 이게 사람 사는 거냐?
임마. 바깥출입 어려운 코시국에 응! 필수 노동자인 니가 가난한 예술가인 나를 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나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참나, 야. 요즘에 사람들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데 누가 공포영화따윌 보고 싶어 하겠냐구? 숨 쉬는 게 그냥 공폰데.
아씨, 새끼. 거참 잔소리. 알았어. 치우면 되잖아!
(약간 미안해져서) 삐졌냐? 난 그냥 니가 적당히 좀... 아, 나도 몰라. 야, 근데 넌 왜 그렇게 공포영화에 목매는 건데?
휴, 공포영화에서는 다 되잖아! 현실에서 미워죽겠는 놈 죽이면 그대로 감방 가지만, 공포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언제 죽이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거든. 장르영화에서는 그게 미덕이야. 여태껏 마음 졸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화끈하게 죽여주는 거지. 사방에 피가 피가 튀고, 비명소리 들리고 뻑! 한마디로 억눌려 있던 본능과 정신적인 자유를 만끽하는 거야. 너 같은 머글이 뭘 알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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