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는 굳이 의식이 필요하다고 고집했다.
화창한 봄날이다. 5층짜리 허름한 연립 주택 앞마당에는 작은 평상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중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친구가 된 사이였다. 처음 어떻게 말을 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친구가 됐고, 그야말로 절친이 됐다. 아니, 될 참이었다.
자, 여기.
이게 뭔데?
맹세하라고.
맹세?
우리 영원히 변하지 않는 친구가 되기로 했잖아.
응, 그랬지.
그러니까 맹세하라고!
친구가 되는 데 무슨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애는 자꾸 우겼다. 삼국지에서 유비, 장비, 관우가 도원결의하는 것처럼 우리 사이에도 특별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복창했다.
나와 너는 영원한 친구가 되기로 이 자리에서 하늘과 별과 바람과 꽃을 걸고 맹세합니다.
생각한 것만큼 진지한 건 아니었다. 친구가 아무 것이나 갖다 붙여서 우리는 신성한 의식 가운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곧 친구는 진지해졌다.
자, 이제 같이 기도하는 거야.
응, 알았어.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우리 우정이 영원하게 해주세요.
살며시 엄숙하기 그지 없는 그애의 옆 모습을 엿보았다. 귀여운 구석이 있네! 미소가 흘러 나온다. 새 친구를 잘 사귄 것 같다.
편집.평생의 베프가 연락을 피하니까 버림받은 기분이다. 기다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