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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2004년 10월 04일 2023년 01월 24일

내 이름은 박순복이다. 애기였을 때 하도 순했다해서 순이고, 복스럽게 살라고 복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을 때 아버지는 감방에 계셨다.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가 강도같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어느 날 동네 청년들과 읍내에 갔던 아버지는 친구 다툼에 끼어들였다가 그만 사람을 다치게 했다. 동네에서는 명망이 높았던 외할아버지가 애를 쓰셨지만 적어도 1년은 콩밥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도 동네 어른들은 외할아버지 덕택에 금방 나온거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감방에 있을 때 임신한 것을 아셨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여장부 스타일이었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임신한 걸 알면 심란해하신다며 절대 알라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태어났을 때 이름이 없었다. 외할머니가 "그래도 이름은 있어야 할낀데"하고 혀를 끌끌하면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술을 굳게 깨무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출소하셨을 때 아버지는 갓난아이였던 내 볼을 부비며 눈물을 흘렸고, 어머니도 참도 못해 눈물을 흘렸을 거라고 이모가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모는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출소하는 그 날, 이모는 짝사랑하던 필봉이 오빠와 첫 데이트가 있었다. 이모가 나중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좀 어색했다고 했지만 그 날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천애 고아였다. 외할아버지는 어느 날 부터인가 동네에 흘러들어온 거렁뱅이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버지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시고는 데리고 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때 많이 아팠는데, 외할아버지가 정성을 다해 돌봐주셨단다. 외가쪽에는 늘 손이 귀해서

나는 한 번도 내 두 발로 걸은 적이 없다. 꿈속에서는 곧잘 뜀박질도 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는 그 중에서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비극적으로 나는 음치다. 어머니는 노래를 잘 하셨다는데, 이것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왜냐하면 동네 잔치나 노래하는 순서가 되기만 하면 아버지는 어디론가 가버리시기 때문이다. 음주를 유독 좋아하는 아버지지만 항상 수완도 좋게 음주만 즐기시고 가무 때는 사라져버리신다. 심지어는 결혼식때에도 이 때문에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아버지는 정말 울상이 되버리셨단다. 얼굴이 노랗게 되고, 평소의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안절부절하셨다고 한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그 때 아버지의 마이크를 뺏어서 '동백 아가씨'를 불렀는데, 아버지는 지금도 그 때 어머니의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걷지 못했다. 병명은 소아마비였는데, 외가쪽에는 병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한테나 나한테나 무척 미안해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돌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가끔은 어머니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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