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립한 나만의 집은 한 평 고시원이었다. 오래된 나무 책상 때문에 작은 벌레가 나오곤 했던 낡은 변두리 고시원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다음에는 2층에 세 든 사람의 방 한 칸을 얻어 살았다. 그러고 나서 햇빛이 안 드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단칸방으로 이사를 갔는데, 첫날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 건 새까만 새끼 쥐였다. 그 와중에 20대 나의 집은 언제나 쓰레기 집이었다.
도무지 발 디딜 틈이 없다. 온갖 물건으로 뒤덮인 방이 창피해서 누구를 초대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 저장 강박증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서 못 버리는 그들과 나는 달랐다. 나는 물건을 버리는 데 망설임이 없어서 오히려 버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왜 나의 작은 집은 늘 엉망이었을까? 치우기 싫어서 아예 어지럽히지 않으며, 물건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아마도 우울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고, 두려웠다. 무작정 집을 나와 돈도 없었고, 조언을 해줄 만한 어른도 알지 못했다. 닥쳐서 허둥지둥하는 꼴이었다. 마침내 직장을 잡고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어려웠고, 경리 업무를 겸하면서 더이상 돈을 빌릴 데가 없어서 카드론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직원의 월급을 줘야 했다.
그때 나의 도피처는 쇼핑이었고, 팬질(덕질)이었고, 남은 건 텅 빈 통장과 쓰레기 집이었다. 나에게 벌을 준 가장 인상 깊은 기억 중 하나는 시험을 잘 못 쳐서 날도 추운데 한강을 걸어서 건너가려고 했던 일이다. 속으로 '너는 차를 탈 자격이 없어.'라고 말했다. 다행히 한강 중간에서 한 친절한 아저씨가 트럭에 태워 데려다주셔서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었다. 연속극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고등학생인 서여름은 어릴 때 자살한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일부러 아이들한테 맞고 다닌다. 마찬가지로 나의 확장된 공간인 집을 어지럽힘으로써 나 자신한테 벌을 주었던 것이다.
2022년 6월 24일 연속 최종병기 앨리스 https://youtu.be/R5oK7wyWrZo?feature=shared&t=17
2024년 5월 11일 나 혼자 '쓰레기 집'에 산다 - 2024 젊은이의 음지 보고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 1397회 https://youtu.be/O9tLmtjF_6o
심리학자
우울증은 쓰레기집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쓰레기집이란 '나의 공간'을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곧 '자해'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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