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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흔히 데스 게임물에서 기대하는 천재적인 두뇌싸움, 긴박한 긴장감, 치밀한 심리전 대신에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 비판 요소를 버무렸다. 황동혁 감독이 카이지, 라이어 게임, 배틀 로얄 등 일본 만화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는데, 영화 도가니의 감독답게 장르적인 재미보다는 사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 것 같다. 아마도 당시에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장르의 마니아가 기대하는 게임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그보다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자본주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 속에서 사는 우리의 현실이 잔인하고 기괴한 오징어 게임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데스 게임

1.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죽음이다. 중간은 없다. 사느냐 죽느냐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다들 자기만 살려고 시체를 밟고 지나치는데, 외국인 노동자만 동네 친구조차 외면한 주인공을 위기에서 꺼내준다.
2.뽑기
인정을 베풀었지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자본주의다. 가장 똑똑한 사람은 동료를 배신하고 자기 혼자만 살 길을 찾는다. 하지만 말도 안 돼 보이는데, 간혹 평범한 사람이 기지를 발휘하고 운이라는 게 작용하기도 한다. 원래 인생은 운빨이다.
3.줄다리기
자본주의는 돈이 돼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힘이 세면 줄다리기에서 무조건 이길 것 같지만, 아무도 끼워주지 않았던 노인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
4.구슬치기
자본주의는 같은 편조차 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비극을 양태 한다.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자비를 베풀었는데, 돈 앞에서 속이고 의심하고 무너진다. 비굴해지고 배신한다. 공정이라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며, 남의 약점도 서슴지 않고 이용한다.
5.징검다리 건너기
일찍 성공하지 않아도 기회는 온다. 사람은 몇 번의 성공으로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대부분 착각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전문가가 꽤 유용하다. 그렇지만 선각자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6.오징어게임
자본주의는 멀쩡한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애들처럼 치고받고 싸우는 정글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유치하게 개싸움을 하는 동안 VIP는 동물의 탈을 쓰고 인간을 구경한다. 456억이 걸린 거창한 싸움도 게임이 끝나면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정글 같은 시장 바닥
시장을 표현하는 세트장은 주요 게임 소재인 어린 시절을 떠올릴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그런 예쁜 배경 속에서 비극이 싹트고 있다. 진행요원은 분홍색 옷을 입었지만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시작할 때는 정글짐 같이 북적이던 숙소는 상금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 계속 사람이 줄어들어 삭막한 공간으로 변한다. 그 가운데 VIP룸에서는 거의 나체로 보디페인팅을 한 사람들이 마치 가구의 일부분인 것처럼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을 감정이 없는 무생물로 취급한다.

 

욕심으로 생긴 채무
골목대장은 남자아이가 많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활동 역시 남성 중심적이다. 대부분 남성이 유리하며, 애초에 남자가 여자보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질만큼 무모하기도 하다. 노동으로 찔끔찔끔 버는 돈을 우습게 보고, 주식 투자, 부동산 상승, 경마 도박과 같은 확률이 매우 낮거나 위험하고 무리한 방법에 올인한다. 그리고 평범한 서민이 평생을 갚아도 감당할 수 없는 수억의 빚으로 인생을 저당잡힌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역시 저세상식이다.

 

공정한 절차
자본주의도 투표도 공정하다. 첫 번째 게임에서 사람들은 투표하고 게임을 중단할 것을 결정한다. 하지만 의견은 팽팽하게 갈린다. 한쪽은 게임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며 그만두기를 원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은 그래도 계속하자고 한다. 왜 그랬을까? 바로 살아남은 건 자신들인데, 죽은 사람의 가족들에게 1억 원을 주는 게 억울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기에서는 456억을 벌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기어들어온다. 모든 사람에게는 어떤 희망이 필요하다.

 

피땀눈물의 상금
1인당 1억 원이다. 즉, 상금은 다른 사람의 목숨 값이다.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상금이 올라간다. 그걸 알고부터는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새치기하고, 아는 정보를 숨기고, 유리해 보이는 쪽에 줄을 서고, 아무도 여자, 노인, 장애인 등 약자를 도우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뻔뻔하게도 남의 것을 빼앗고서는 식탐이 많다고 타박한다. 급기야 게임 중이 아님에도 서로 죽인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예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고 돈을 벌러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비인간적인 관계
모르는 사람끼리 처음에는 번호를 부른다.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마침내 형이라고 부른다. 확장된 가족이 된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 공항 테러에 대한 반격으로 미국이 드론 폭격을 했을 때 처음에는 '테러리스트'을 제거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보니 미국 구호단체에서 일한 적 있는 '제마리 아흐마디'라는 이름과 7명의 아이가 죽었다는 게 밝혀졌다. 돈만 보고 달리는 자본주의가 전쟁보다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약자의 배제
여자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담배를 숨겨 온다. 또, 살기 위해서 가장 강해 보이는 자에게 아부를 떨고, 매력을 호소하기 위해 그것을 판다. 약자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기려면 똑똑하거나 강자의 총애를 받거나 운이 좋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승자에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남편은 사랑하는 부인조차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스스로 벌을 준다. 하지만 때로 약자는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하고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남긴다.

 

평등한 자본주의?
말로는 평등한 기회가 있단다. 아무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참가자는 마음대로 화장실을 갈 수 없고, 의사를 부를 수도 없다. 진행 요원들조차 철저히 명령에 복종하며 계급 사회라서 상사에게 대꾸할 수 없다. 시간을 칼같이 통제하며 서로서로 인간적인 교류가 불가능하도록 가면을 씌운다. 사람들은 번호로 불리고 개인의 이름과 개성, 사연을 지운다. 그리고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데 내부에는 비리가 존재한다. 평등하다는데 누군가는 다음 게임이 무언인지 알고, 죽은 뒤에도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고 불법으로 장기까지 적출된다. 

 

간신히 연명하는 음식
목숨을 걸어야 하는 힘든 게임을 마쳐도 주어지는 건 가난했던 시절에서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한 음식들 뿐이다. 변변한 반찬이 없는 도시락, 삶은 달걀, 찐 감자, 옥수수, 빵 쪼가리 등. 그래도 다른 사람과 부족한 음식을 나누며 허기를 달랜다. 나중에는 그 귀한 경양식을 맛볼 수 있었지만, 분위기는 침울하기 그지 없다. 이제 고지가 코앞인데,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던 칼은 이내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된다. 보릿고개를 넘긴 한국인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생존의 이유
삶에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삶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상금 456억 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 세상을 계속 살아갈 이유가 필요하다. 삶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일, 힘든 시간을 같이 해줄 사람, 내 것을 전부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니꺼 내꺼 따지지 않고 같이 나누는 깐부가 필요하다. 무리에 끼지 못해도 깍두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행복의 조건
빚을 갚고 노점을 번듯한 가게로 옮기고,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는데 456억 원이나 필요한 건 아니다. 집을 사고, 보육원에 있는 동생과 북한에 있는 부모를 데려오는 데도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은 456억원이 들어 있는 통장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신기루처럼 저멀리에 있는 일확천금을 향해 나 자신과 주변을 돌보지 않고 살아간다.

 

딴세상에 사는 VIP
누구는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누구는 하룻밤의 재미로 게임을 한다. 누구는 죽을 각오로 번호를 선택하는데, 누구는 섹드립을 하면서 베팅할 번호는 고른다. 심지어 호스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가 설계하고 관리하는 게임 안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논다. 그는 일반 참가자들처럼 실패해도 죽지 않는다. 그들은 가면을 벗길 수 없다는 규칙을 넘어서며,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협박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돈은 하룻밤 사이에 휴짓조각처럼 버려도 되는 돈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렸다. 

 

승자 독식 사회
주인공은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속물일 뿐이다.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양심적이며, 적당히 이기적이다. 그래도 측은지심이 있어서 노인과 여자를 돌볼 줄 안다. 내가 살아남은 게 다 내 덕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게임에서 이겼어도 456억 원을 허투루 쓰지 않고 첫 지출을 기부하는데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경쟁자가 없어졌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해 울 줄 알고, 미안해 하고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자다. 아무리 비정한 사회여도 이런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

 

부자의 딜레마
노인은 아무것도 없는 자와 다 가진 자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런 미친 게임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힘센 자는 친구가 없다. 언제 누가 뒤통수를 칠지 알 수 없다. 내 편이라고 믿었는데 처지가 바뀌자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부자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번민이 커지고 생각만큼 달라진 건 없다. 누구나 어릴 때의 순수한 즐거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추가하자면, 오징어게임과 결이 비슷한 건 영화, 더 플랫폼이 아닌가 싶다. 꼭대기층부터 밑바닥까지 음식을 나눠 먹으면 다 살 수 있는데, 욕심 부리고 하층의 사람들을 하대하다가 다 같이 망하는 내용이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다 같이 힘을 합쳤다면 벽에 그려진 힌트를 알아차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더 많은 사람이 끝까지 완주해서 상금을 나눠가질 수도 있었는데, 우승만 바라보다 상처뿐인 영광이 됐다. 이에 더해 포스트맨이나 주인공 역시 꿈을 이뤘음에도 편안히 살지 못하고 다시 게임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자본주의를 증오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니까. 이러한 결과를 뻔히 알았으니 노인은 게임을 그만두자는 데 투표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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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6 Galder Gaztelu-Urrutia | 더 플랫폼 El hoyo https://youtu.be/RlfooqeZcdY

2021/9/15 셀럽미디어 | "원조는 나!"…서바이벌물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자신감 https://news.nate.com/view/20210915n20132
황동혁 감독
10년이 지난 후 다시 이야기를 꺼내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인 열풍 등 게임과 어울리는 세상이 됐더라.
너무나 많은 경쟁을 하면서 매일매일 살지 않나. 인물들이 가상의 곳에서 경쟁을 하고 있어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을 거다.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이들은 왜 경쟁해야했나,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목숨을 걸다시피 살아가는가, 이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하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존에 나온 서바이벌물들과 ‘오징어 게임’의 차별점은 게임의 단순함이다. 해법을 찾는데 시간에 집중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승자보자는 패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패자들의 역할이 없다면 승자가 존재할 수 있나를 묻고 있어 차별점이 있다.

2021/9/17 황동혁 | 오징어 게임 https://youtu.be/oqxAJKy0ii4I

2021/9/24 Patrick Frater | ‘Squid Game’ Director Hwang Dong-hyuk on Netflix’s Hit Korean Series and Prospects for a Sequel https://variety.com/2021/global/asia/squid-game-director-hwang-dong-hyuk-korean-series-global-success-1235073355

황동혁 감독

I wanted to write a story that was an allegory or fable about modern capitalist society, something that depicts an extreme competition, somewhat like the extreme competition of life. But I wanted it to use the kind of characters we’ve all met in real life, As a survival game it is entertainment and human drama. The games portrayed are extremely simple and easy to understand. That allows viewers to focus on the characters, rather than being distracted by trying to interpret the ru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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